








이름?
본명은 델피니움 하우윈(Delphinium Hauyne). 피니아라고 불리는 이름은 과거에 불렸던 애칭이다.
자신의 이름은 부르기 어렵다고 생각해 가볍고 부르기 쉬운 애칭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성격?
굉장히 감정적이고 불안정하다. 어떤 사건이나 행동의 방식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데에 비해, 감정 그 자체는 섬세하고 예민하기 짝이 없어 가끔씩 이질적인 모습을 보인다.
밝기만 한 것 같다가도 돌연 어두운 모습을 보이거나,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가 잘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것은 자신이 겪어 본 비슷한 경험에 한해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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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향한 강한 신뢰와 호감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 스스로를 만들어진 무언가라고 생각하며 인간에 대한 강한 동경과 존경심을 품고 있다.
다만 그 존경심이라는 것이 무의식에 가까워서, 본인 스스로는 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간질간질하고 가까워지고 싶은 기분을 막연한 애정으로 표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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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를 생각하기보다는 본인이 가진 기준에 비교하고 있다.
그의 안에서는 '인간=외형적 한계가 있는 비능력자'라는 공식이 있기에, 비능력자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난 이능력자들을 접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곤란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외
들고 다니는 인형은 아주 소중히 여긴다. 누가 손이라도 대거나 탐이라도 낼까 봐 언제나 소중히 끌어안고 다니거나, 안고 있지 않으면 침대 한 켠에 모셔두고 있다.
라가머핀이라는 이름답게 겉으로 보기엔 너덜하기 짝이 없는 낡은 인형이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가족이었던 친구들의 머리카락 뭉치가 조금씩 들어 있어 안고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게다가 사진까지 들어있으니 더더욱 잃을 수가 있나! 오래된 추억 보관소, 혹은 자신의 곁에 없는 친구들을 대신해줄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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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다른 눈동자, 누덕누덕 기워 넣은 흉터, 드문드문 타인의 것으로 보이는 피부.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헉 소리 한 번쯤은 내고 지나갈 외모를 가졌지만 이질적이게 보이는 것이 싫어서 두꺼운 화장과 렌즈로 최대한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있다.
덕분에 물이라면 질색을 하고 도망가기 바쁘다. 조금이라도 물이 닿아 분장이 지워질까, 바쁘게 돌아다니다 어딘가에 부딪혀서 긁혀 지워지진 않을까 하고 매일 소소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이 싫은 것 같다. 당당히 돌아다니라면 돌아다닐 수 있지만.. 일종의 자기만족용 분장이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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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단순한 단어조차 처음 듣는 표정을 하거나, 호불호가 없는 것은 모두 감금되어 자라온 탓이다.
그는 말을 떼기 시작할 무렵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떤 시설의 내부에서 생활했으며, 그곳 외의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무작정 시설 밖을 향하게 되었고, 생전 처음 보는 문화와 생활을 접하며 즐거워하는 중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안타까울지 몰라도 그 자신은 자라온 환경에 만족하고 있기에 문제는 없음. 오히려 바깥세상의 생활이 무서울 때가 더 많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알려진 과거사가 몇 없다.
폴라리스가 알고 있는 공식적인 사실로는 신분 조회가 가능한 가족이나 친인척이 없으며, 어느 날 거리를 방황하다 아주 큰 테러 사건에 휘말려 피해를 입고, 그 이후에 보호시설에 들어가 성장했다는 사실뿐이다.
그가 휘말렸다는 사건의 이름은 '제로원 테러 사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일어나 아직도 간간이 화두에 오르곤 하는 방대한 규모의 테러였다.

*아래의 항목에는 비인도적 행위에 대한 서술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아동 학대에 관련된 추상적인 서술이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아주 오래전, 지구를 스쳐 지나간 혜성 덕에 이능력자들이 속출되며 사회의 혼란을 빚던 시기. 폴라리스의 창설과 동시에 그들의 눈을 피해 지하로 숨어든 단체가 있었다.
단체의 이름은 '제로원(0-1)'으로, 인류의 발전과 진화를 위해서라면 작은 희생쯤은 감내해도 된다고 말하는 과격한 급진주의자 과학자들이 모인 연구기관이다.
그들은 이능력자들의 출현을 기뻐하며 이능력에 대해 갖은 연구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목적으로 시작된 연구였다. '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능력자들을 한둘씩 데려와 일상적인 몇 가지 질문을 하고,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그들의 신체구조에 대한 약간의 탐문만 진행하던 연구는 해를 거듭하며 점점 과격하고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이능력의 발단에 대해, 이능력자들의 구조에 대해, 비능력자와 능력자들의 차이에 대해, 그리고 점차 그들의 내구성과 구조를 파악하더니, 차후에는 '능력' 그 자체를 개조하는 데에 이르렀다.
타액에서 산이 분비되는 이능력자에겐 약물을 투여해 체액 전체가 산이 되게끔, 골밀도를 조절하여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이능력자에겐 뼈를 대신해 강화 합금을 이식해 힘의 강도를 높이는 등 잔인한 인체 개조도 서슴없이 행했다.
잔혹한 실험 과정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들에게 있어서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세대가 변화하며 비인륜적인 실험을 견디지 못한 연구원들은 속속들이 일을 그만두거나, 사회로 도망쳐 나갔기 때문에 마지막엔 인간성을 포기한 연구원들만 남게 되었다.
그들은 맹목적으로 '완성형에 가까운 인간'을 추구했고,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는 아주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실험과 연구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좀 더 폭넓고 다양한 연구를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많은 실험과 실험체가 필요했고, 사회에서는 평등과 인권의 보호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가 높았기에 실험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시설을 은폐하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실험체들을 데려오기로 한다. 힘으로도, 지식으로도 부조리함에 대한 반발을 할 수 없는 유순하고 순종적인 실험체.
아이들이다.
제로원은 단체에 소속된 연구원 중 사회적 지위가 높은 몇몇을 골라 그들의 이름으로 보육원을 지었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을 '보호'라는 명목하에 실험실로 데려왔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능력'을 투여하고 결과를 지켜보았다.
길에 버려진 아이, 부모의 사정으로 키울 수 없어진 아이, 길을 잃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진 아이... 어리면 어릴수록 꼬드기고 속여 넘기기 쉬웠기에 실험실로 불러들이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만 갔다.
그중 어느 기간 어느 시기에 진행되었던 '합성'에 관한 실험.
그 실험은 5명의 실험체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본래 타고난 재능이나 이능력이 없는 인간도 후천적으로 능력이나 재능이 발현할 수 있는지, 불가능하다면 타인의 것을 이식할 수 있는지에 관해 연구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체 중 가장 어렸던 막내 피니아는 부모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고아로, 뒷골목의 쓰레기통이나 뒤져 연명하던 삶이었으나 제로원의 연구원에게 거두어진 이후 따뜻한 잠자리와 균일한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었기에 연구원들의 말이나 행동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모범적인 실험체였다. 그는 본래 확률이 희박한 자가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속적인 실험과 증폭제 투여, 그리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봉합이라는 완전한 이능력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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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실험은 순조롭지 못했다.
시작할 무렵, 5명의 실험체에게는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각각 소중한 꽃과 보석의 이름을 본뜬 이름이 부여되었지만 원만한 성과가 없자 나중에는 그저 어감이 비슷한 단어, 이름을 대체하는 별칭으로 불리게 될 정도였다.
취급은 나빠졌지만 나이대가 비슷했던 탓에 가족과 같은 유대감을 형성했던 실험체들은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방치가 오히려 반갑기 그지없었기에 자신들의 처지에 만족하고 삼삼오오 어울려서 시설 내부를 탐험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단 몇 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평화는 순식간에 깨져버리고 만다.
과거 제로원의 실험에 피해를 입었던 능력자들이 연대하여 테러 집단을 만들었고, 불시에 제로원을 습격해 거대한 테러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연구원들의 대다수는 사망에 이르고 시설은 무너졌으며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불타올랐다. 테러 집단은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놓였던 사람들을 모두 구출하고 치료, 이송하도록 노력했으나 그 과정에서 미처 구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합성 실험에 관련된 아이들이었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된 그들은 실험실의 본관이 아닌 부속 시설에서 지내고 있었고, 테러가 진행되며 본관과 부속 시설이 연결된 복도가 무너져 그 작은 공간에 갇혀버리고 만 것이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잔해를 피할 책상 하나조차 없는 삭막한 공간에서 그저 제 몸을 내어주는 것만 배워온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 누구도 구조나 보호에 관련된 능력을 지니지 못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잔해에 깔린 팔다리를 추슬러 살기 위해 기어나가는 것뿐이었으며, 구조를 요청해도 본관까지 목소리는 닿지 않았기에 그저 무력히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죽음을 앞둔 그때. 지속적이게 투여한 약물 덕인지 아니면 지독한 악운 덕인지. 피니아 만큼은 오래도록 숨이 붙어있었다.
비록 오른쪽 눈이, 왼쪽 팔이, 양쪽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어떻게든 목숨만큼은 부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잘한 생채기는 금방 아물어 사라졌고, 불에 덴 상처는 빠르게 일그러지며 화상 흉터를 남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어떤 아이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이대로 죽을 처지에 가까우니 너라도 나가 살라고. 그대로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자신의 온전한 신체 일부를 가져가라고.
미친 소리 같은 제안이었지만 살아나가고 싶다는 생존본능 앞에선 그럴싸한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삼삼오오 모여든 다른 아이들도 자신은 글렀으니 온전한 신체의 일부를 주겠다고 말했고, 피니아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도 같았던 친구들의 눈과, 손과, 다리를 얻어 자신의 몸에 꿰매었다. 살고 싶다는 마음에 동한 걸까. 빠르게 봉합되어 제 것처럼 움직이는 손발을 가지고 그는 기적적이게 테러 현장을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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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는 오히려 순조로웠다. 제로원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피해자와 사망자, 가해자의 명단이 각종 미디어 매체로 실려나갔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일은 얼마나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었는지. 그들의 피해 사실이나 죽음, 잔혹했던 실험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다.
사람들의 눈과 귀에 비친 피니아는 그저 봉합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 아이로, 테러 현장에 휘말린 피해자였을 뿐이다.
무어라 설명도 하기 전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치료를 받고. 자신의 주변을 왔다 갔다하던 어른들은 조회가 어쩌니 신분이 어쩌니 하더니 가족의 이야기를 물었다. 모른다고 말하자 서류 몇 장과 새로운 사람을 데려왔다.
변호사와 국가기관의 사람이 왔다갔다 하더니 어떤 카드를 하나 주며 이것이 오늘부터 자신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공립 보호시설로 데려갔다. 그것이 5년 전, 2025년 10월의 이야기다.
그는 보호시설에서 기본적인 예의범절이나 사회생활 등등을 배우며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했고,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펼치기 위해 별의 호칭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