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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님! 부디 이 허수아비의 목을 베어 주십시오. 농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용지물 입니다. "

" 아무리 무용지물의 물건이라도 멀쩡히 100년 묵히면 복을 가져다주는 츠쿠모가미가 되지 않겠나? "

" 신이 신이더라도 무용지물은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디 아량을 베풀어 거들어주시길. "

 

마을 주민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히지리카와 아이슈는 작게 한숨 짓고는 앞장 선 농민의 요청대로 등에 지고 있던 검을 뽑아 단숨에 허수아비의 목을 베어냈다. 타인을 해하기 위한 전투용 검술이 아닌 예술로서의 검술만을 몸에 익힌 그녀지만, 예리하고 망설임 없는 검부림은 단숨에 허공을 두 조각으로 갈라내며 허수아비의 숨을 앗았다. 아무리 손재주가 있다한들 단순한 공작물에 불과한 짚으로 만든 머리는 산들바람에 날아가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지만, 주민들이 정성껏 허수아비를 만들던 모습을 상상하니 부러 질량과 무게가 있는 부자재라도 넣었거니 하고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도와줄 다른 일은 없을지 그 이후로도 주변을 서성이던 아이슈를 설득시켜 돌려보내고는, 해가 떨어질 쯤 마을 주민들이 다시 삼삼오오 모여 허수아비를 해체하였다. 그 허수아비의 안에는- 미련하고 둔하여 마을 농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허구헌 날 손가락질 당하며 비난받던 노비 한 사람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들어 있었다. 허수아비의 머리에서 짚이 벗겨지자 눈도 못 감은 채 빛을 잃은 노비의 허무한 눈동자가 죄 없는 검사의 뒷모습을 비추었다. 당시 히지리카와의 당주였던 아이슈의 아버지가 그 노비를 찾았을 때, 마을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게으른 자인 만큼 멀리 도망갔을 것이라 증언했다.

예로부터 히지리카와의 당주로서 다스려야 할 주민들에게 아이슈가 속임 당하고 대신 그 손을 더럽히는 것은 그다지 드물지도 않은 일이었다. 타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성격의 올곧은 아이슈의 (나름대로의) 상냥함은 제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어른들에게 있어서 이용해먹을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아이슈를 검사님, 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했고 없는 살림에서도 달달하고 고급스러운 간식이라면 뭐든 아이슈에게 챙겨줄 정도로 그녀를 생각해주는 듯 했고, 아이슈는 그만큼 주민들을 믿고 따랐으므로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슈가 타인을 의심하지 못하게 된 것도 이러한 상황들 때문인 듯. 또한, 그녀가 몰랐다고 할지언정, 그녀는 살인자다. 본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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